폭스바겐은 왜 ‘각형’ 배터리를 선택했을까?
- 자동차 칼럼
- 2021. 4. 10. 21:49
왜? 폭스바겐은 ‘각형’ 배터리를 선택했을까?
지난 달 3월 15일, 폭스바겐(VolksWagen)은 파워데이(Power Day) 행사를 가지며, 전기차 배터리에 집중하는 미래 전략을 공유했다. 그리고, 2023이면 자체 설계한 ‘각형 배터리(Prismatic Batteries) 를 도입하고, 2030년이면 그룹 내 전기차 생산량의 80% 에 적용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받는 것에서 직접 설계와 생산까지 자체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폭스바겐이 왜 파우치형 배터리나 원통형 배터리가 아닌 ‘각형 배터리’ 를 선택했는가이다.
왜 때문에 각형 배터리를 선택했을까?
기업의 선택에 있어서 모든 이유는 바로 ‘이익’ 으로 귀결된다. 즉, 돈이 되니깐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것인데, 폭스바겐이 각형 배터리(Prismatic Batteries) 를 선택한 이유는 ‘반값 배터리’ 를 통해 보급형 전기차를 더욱 많이 만들고,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뜻이다. 즉, 디젤게이트 이후 손해 많이 봤으니, 이제 돈 좀 벌어보겠다는 것이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가격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배터리를 배터리 재활용 효율까지 고려해 1kWh 당 배터리 단가를 평균 100유로. 한화로 약 13만원 이하로 낮춘다는 전략을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서 테슬라의 기가팩토리 임원 출신이 설립한 ‘노스볼트(Northvolt)’ 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고, 140억 달러(한화 약 15조 8천억원) 규모의 배터리 셀 주문과 배터리 공장 건설을 하기로 했는데, 사실상 폭스바겐 소유의 배터리 공장을 만들어 배터리 단가를 낮춘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배터리 단가를 낮추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 뿐만이 아니라, 폭스바겐이 ‘각형 배터리’ 를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중국’ 때문이다. 아참, 그 전에 배터리 종류부터 알고 가야 왜 각형 배터리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그게 왜 이익이 되는지 알 수 있다.
각형 배터리와 파우치형 배터리. 그리고 원형 배터리
폭스바겐은 그동안 LG 화학과 SK 이노베이션으로부터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받아 사용했었는데, 이제는 각형 배터리를 선택한다고 발표했다. 사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이 각형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긴 하지만, 각형 배터리가 전기차 배터리의 49.2% 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각각의 배터리는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2021년 3월 SNE 리서치 조사결과 : 원통형 23%, 파우치형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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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치형(Pouch Type) |
각형(Prismatic / Square Type) |
원통형 전지(Cylindrical Type) |
장점 |
에너지 밀도가 높다 다양한 형상으로 제조 가능 열관리에 용이함 |
기계적 안정성 뛰어남 생산성이 높음 |
기계적 안정성 뛰어남 생산단가 낮음 생산성 높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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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 |
생산성 낮음 모듈 및 팩 구성시 개발 난이도가 높은 편 |
에너지 밀도가 낮음 배터리가 부푸는 등의 문제가 있음 |
에너지 밀도 낮음 많은 셀을 연결해 팩을 구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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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 |
LG화학, SK이노베이션 |
삼성SDI, 도시바, CATL |
LG화학, 파나소닉 |
적용 브랜드 |
GM, 현대자동차그룹,닛산, 르노 |
BMW, BYD |
테슬라 |
파우치형은 내부 공간이 꽉차고 얇아 뛰어난 공간 효율을 보이며, 에너지 밀도가 높고 다양한 디자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공정이 복잡하고 대량 생산에 불리하며, 원통형은 배터리 소재를 감아 만든 젤리롤을 통해 작은 크기를 갖고 저렴한 가격과 대량생산에 유리하며, 부피당 에너지 밀도도 높은 장점이 있지만, 배터리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폭스바겐이 선택한 각형 배터리는 단단한 알루미늄 캔에 배터리 소재를 접어 젤리롤을 여러개 쌓을 수 있는 납작한 형태로 내부 공간이 조금씩 남아 공간 효율 및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지만, 충격에 강하며, 대량생산이 용이하다. 때문에, 각형 배터리는 크기는 크지만, 사각형 형태로 배터리 팩을 전기차에 탑재하는데 유리하며, 조립할 때 부자재를 붙이는 것에도 파우치형 배터리보다 유리해 내부 공간의 효율이 증가한다. 제조공정도 파우치형에 비해 단순해 제조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점 역시 각형 배터리가 갖고 있는 장점이다.
그리고, 중국의 *CATL 역시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데, 폭스바겐이 각형 배터리를 선택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CATL : 2011년에 설립된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이자 기술 회사로, 전기 자동차 및 에너지 저장 시스템 및 배터리 관리 시스템용 배터리 제조 전문회사
중국의 따뜻한 젖꼭지를 빨아라
폭스바겐에게 있어서 중국은 매우 매력적인 자동차 시장이다. 유럽의 성장이 정체되어 있는 지금, 중국 시장은 전기차로의 빠른 전환이 빠르며, 지난 2020년에만 전기차의 판매가 44.6% 증가했고,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중국이 가장 높은 등, 중국 때문에 폭스바겐은 각형 배터리를 선택하게 된 것으로 보여진다. 중국에는 CATL 도 있으니 말이다.
중국시장에서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서는 CATL 에서 주력 생산하는 각형 배터리를 선택하는 것이 중국 정부에 잘 보일 수 있는 방법이다. 제조단가가 저렴한 이유도 있지만, 폭스바겐이 손잡은Northvolt 는 대량생산 경험이 적다는 면에서 아직은 CATL 과 손을 잡는 것이 확실히 유리한 것이다. 또한, CATL 은 각형 배터리와 원통형 배터리의 단점을 해결하는 ‘셀 투 팩(Cell to Pack)’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만큼, 각형 배터리가 갖고 있던 에너지 밀도 문제들을 곧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셀투팩(Cell to Pack) 기술은 모듈을 생략하고 바로 셀에서 팩으로 이어지는 기술로, 배터리팩 내부에 들어가는 전선 등을 줄어 공간 효율성을 높여주는 기술이다.(단점으로는 냉각기술이 필요하다)
그리고, 각형 배터리는 배터리 셀을 단일화해 비용 절감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서, 폭스바겐의 선택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각형태로 만드는 배터리는 단일화된 셀로 엔트리 모델에 적용시켜 배터리 단가를 낮추는 것에 매우 유리하다.
그리고, 중국에서 많이 생산하고 있는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통해 배터리 구성을 셀, 모듈, 팩 3단계에서 셀, 팩으로 2단계로 구성하여 앞서 설명한 중간 모듈을 빼고 그 공간에 셀을 더 채우는 셀투팩(Cell to Pack) 기술로 배터리 용량을 확장시킬 수 있고, 반값 배터리를 실현할 수 있기에 각형 배터리를 선택하는 것은 중국 뿐만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전기차판매량을 늘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전기차 시장 인프라 확장을 위해서 폭스바겐은 2025년까지 CAMS(캠스) 라는 전기차 충전 서비스 업체와 함께 파트너십을 맺고 17,000 개의 급속 충전소 인프라 구축계획에 투자할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폭스바겐은 중요해진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전기차 판매 1위를 지키기 위해 CATL 이 주력인 각형 배터리를 선택해 중국 정부에 긍정적 메시지를 보내고, 저렴한 가격과 배터리 전략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테슬라(Tesla) 를 제치고, 전기차 판매 1위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의 공세가 강해지는 가운데, 폭스바겐의 파워데이때 공개한 각형 배터리 때문에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글로벌 경쟁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이제는 전고체 배터리를 누가 가장 먼저 양산하느냐가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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