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생태계의 변화
- 자동차 칼럼
- 2021. 2. 15. 21:47
최근, 애플(Apple) 과 현대기아차의 협업 관련 뉴스가 이슈였고, 주식시장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정작, 현대기아에서는 지난 8일에 공시를 통해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이어서 나온 뉴스는 닛산(Nissan)과 애플의 협업소식이었는데 이 역시 현대차와 다를 바 없이 협상이 결렬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전기 자율주행차 관련 뉴스를 보면, 이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로 접어들면서 자동차 생태계에 커다란 변화가 생겨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해 볼 수 있다. 크게 H/W 회사와 S/W 회사의 경쟁이 가장 주된 경쟁이며, 이들로 인해 자동차 산업에 파괴적인 변화가 생겨날 것이라는 것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어찌 생각해보면 현대자동차는 애플과 일하기 싫었을 것이다. 단순 하청업체가 되기 싫었을테고, 애플과 일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애플과 일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으니 말이다. 과연 자동차 생태계는 어떻게 변해갈까?
거대 I/T(S/W) 회사들의 완성차 시장 진입
전기차시대에서는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부품이 많이 들어가지 않고, 플랫폼을 통해 자동차를 만들기 쉬워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자동차라는 것이 쉽게 도전해 볼 수 있는 제조업이 아니다. 예로 다이슨(Dyson) 도 한화로 약 3조 8천억원을 투자하고서도 전기차사업을 접은 사례가 있었는데, S/W 회사. 즉, 거대 I/T 회사들은 자율주행 기능과 서비스 등의 우위를 통해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을 기존 하청업체들처럼 자신들의 아래에 두려 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회사가 바로 애플(Apple) 이다. 애플은 자율주행차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서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여러 자동차 제조사들에 협력 요청을 하고 있지만, 애플은 팍스콘(Foxconn) 같은 하청업체가 필요한 것이지, 협력관계인 파트너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실제 이번에 애플은 현대차에 전기차 관련 제조 기술과 공장을 제공하기를 원했다고 한다. 일방적인 하청업체의 역할을 요쳥했었다고 하는데, 그러다보니,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이 애플의 요구에 응할 이유가 거의 없긴 하다. 팍스콘 같은 단순 하청업체가 될 자동차 제조업체가 얼마나 있을까? 애플은 이미 수년 전부터 자율주행 관련 기능을 연구해오고 있었지만, 완성차를 만들기에는 새로운 시설을 투자하기 아까워하고 있는 것이기에 하청업체들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 외에 소니(Sony) 역시 CES 2020에서 공개했던 전기차 ‘Vision S’ 프로토타입의 주행 영상을 CES 2021 에서 공개하며, 완성차 시장 진입을 목표로 두고 있다는 것을 밝혔고, 중국의 바이두(Baidu) 역시 Apollo 프로젝트를 통해 자율주행차의 가능성을 살피며, 자율주행 전기차 기술을 쌓아오고 있었다. 애플과의 조금 다른 점이라면, 자신들의 기술을 납품할 것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I/T 회사들이 자율주행차에 대해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 대비 뛰어난 점은 소프트웨어 기술과 서비스 구현을 위한 생태계 제공에 유리하다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S/W 플랫폼 지배력을 바탕으로 H/W 플랫폼 제공자. 즉, 자동차 제조사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자 할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애플과 팍스콘과의 관계를 교훈삼아 보면,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이 I/T 회사에 끌려다니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I/T 회사의 브랜드 인지도와 자본 조달력 및 개발능력 등으로 기존 자동차 산업에 진입하면 파괴적 변화를 불러올 잠재력이 충분해 보이는 만큼, 완성차 제조사들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I/T 회사들. 즉, S/W 플랫폼을 만드는 업체들은 완전차 업체에 비해 실차 데이터가 부족해 자체적으로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기에는 역량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전통적 완성차 업체의 노하우와 시장 장악력. 하지만..
전통적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미 다양한 수요에 대응한 파워트레인과 섀시 뿐 아니라, 바디 등의 설계능력과 부품 공급 및 안전과 환경규제 등에 대한 노하우가 I/T 회사와 비교해 압도적 우위에 위치해 있다. 높은 양산효율성은 물론, 판매망 등 높은 시장 장악력을 갖추고 있어서 I/T 회사들을 협력업체로 두고, 기존의 강점을 유지하며, 차차 S/W(I/T) 역량 내재화를 강화할 계획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실차 데이터가 충분한 만큼, S/W 역량을 키워내게 된다면, S/W 플랫폼 업체들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해나가기 유리해 보인다. 하지만, S/W 업계와 구조적인 협력관계가 부족해지거나, 자체적인 자율주행부분의 기술이 떨어지게 된다면 결국 거대 완성차 업계는 S/W 업계에 끌려다니게 될 것으로 보여진다.
즉, 각 기업들이 서로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한 새로운 시장으로 자동차 생태계가 변화해 간다는 것이다.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시장이 이제는 성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든 만큼, 거대 I/T 회사들의 시장 진입은 더욱 거세질 것이며, 기존의 자동차 산업에 대한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단순히 자율주행차를 제조/ 판매하는 것 뿐 아니라, 플랫폼 제공자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계속될 것이며, 변화하는 자동차 생태계를 위해 협력하는 회사들이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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