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스터 N 시승기 - 그래! 이 맛이야!
- 자동차 시승기
- 2018. 9. 19. 12:05
그래, 이맛이야!
타보면 타볼수록 재밌다. 보통, 돼지갈비를 먹을 때 뼈에 있는 고기가 참맛이라고 하는 것처럼, 이 벨로스터 N 은 수동이지만, 갈비뜯는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먹고 싶은 것처럼 수동이라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을 상쇄시킬만큼의 충분한 재미가 있다. 어쩜 이렇게 재미있게 차를 만들었을까 칭찬을 계속하고 싶다. 물론, 재미에 비례해서 기름값이 나가지만, 재밌다. 이게 N 의 맛인가 싶다. 서킷에서 타본 N 과는 또다른 재미가 느껴졌다.
눌러, 기름값이야 내 알바 아니니, 'N' 을 눌러!
N 모드 버튼을 누르면 따로 세팅을 하지 않아도 엔진, REV 매칭, e-LSD, 배기사운드, 서스펜션, 스티어링휠, ESC 등이 서킷을 달리기에 충분하게 세팅이 된다. 그리고, 이 상태에서는 rpm 이 치솟는 만큼 심장도 계속 두근두근거린다. N 모드로 놓고 정신없이 달려보니 연비는 한자릿수였다. 공인된 복합연비는 10.5km/L 이지만, 벨로스터 N 을 그냥 승용차처럼 타고 다닐 수는 없었다. N 버튼 하나면 벨로스터N 은 뻥 뚫린 도로에서 재미를 확실하게 느끼게 해줄 뿐 아니라, 와인딩에서도 재미가 있었고, 계속해서 서킷을 달리고 싶어질 정도였다. N 모드는 일종의 반칙과도 같았다. 영화 '분노의 질주' 에서 도미닉 토리토(빈 디젤) 이 "10초 동안만큼은 난 자유야" 라고 한 말이 생각났다. 달릴때 기름값 생각이 나지 않을만큼 너무나 재미있었다.
순식간에 4,000rpm 을 넘겨가면서부터 부스트 게이지는 1.0bar 를 넘었고, 출력과 토크를 다 써보지도 못한채 다음 신호에 멈춰섰고, 간만에 흥분되는 두근거림을 느끼며 더 달리고 싶었다. 이미 연료게이지의 경고등은 신경도 쓰지 않을 만큼 말이다. 제네시스 쿠페가 나왔을 때 TV 광고에서 "인생은 짧다" 라며 드리프트를 하던 것이 큰 충격을 주었던 것만큼, 벨로스터 N 은 여러 충격을 주었다. 첫번째는 이게 현대차라는것. 그리고 두번째는 출력이 만족스럽다는 것. 세번째는 코너에서 이렇게 쉽게 제어가 가능하다니! 라는 충격이었다.
△ N 모드에서 실시간으로 G 포스와 터보부스트, 토크, 파워를 체크할 수 있다.
벨로스터 N 은 파워트레인과 섀시를 커스텀으로 세팅할수도 있다. N 버튼을 두번 누르면 커스텀모드로 들어가는데, 여기에서 서스펜션, 스티어링, 배기사운드 등 모든 것을 원하는대로 세팅을 할 수 있다. 솔직히 벨로스터 N 의 전자제어식 서스펜션은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댐핑값이 확연히 달라짐을 느끼게 되는데, N 모드는 서킷주행을 위한 가장 하드한 SPORT + 모드로 되니 일반 도로주행에서는 노멀상태로 다니는 것이 가장 편안함을 느낄 수 있고, 스티어링휠도 상당히 묵직해지는데, 노멀모드가 공도에서는 가장 적당하지 않을까 싶었다.
또한, 시동을 켜고 끄기까지 주행을 한 기록들을 살펴볼 수 있다. 내가 최고 몇km/h 로 달렸는지, 그때의 토크와 마력은 어땠으며, 터보 부스트는 몇 Bar 를 사용했는지 등등을 체크할 수 있다.
수동의 맛! 불편한데, 재밌다
남자는 수동! 이라는 말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중고차를 판매하기 위한 술수라고 생각하지만, 벨로스터 N 은 오토가 아닌 '수동' 을 고집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이 든다. 아반떼 수동과 비교하면 클러치가 더 깊고 탄탄하게 밟히는 느낌이다. 그리고 다운쉬프트할 때 힐앤토를 쳐주지 않아도 알아서 REV 매칭을 해주고, 이에 맞춰 가변배기의 팝콘 터지는 소리가 "펑퍼퍼펑~" 라고 터지니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지어질 수 밖에 없다. 이 맛을 모르겠다면, 이미 나이가 한참 든 아재라고 봐도 된다.
반응이 즉각적이고 변속되는 타이밍에 맞춰 엔진도 잘 맞춰 움직여주었다. 물론 막히는 길에서는 정말 고역이다. 치고 나가고 싶은데 1,2 단을 왔다갔다 하니 무릎이 불편한건 사실이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재밌는데!
진짜 재미는 4,000rpm 부터!
rpm 상황을 잘 모르고 변속하면 순식간에 rpm이 치솟아 엔진이 고장날수도 있다. 수동운전 잘 못하는 사람들은 차 탓을 할테지만, 소리를 잘 듣고 타면 이때가 변속타이밍이다! 라는걸 바로 알 수 있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일반적인 차량보다 rpm을 조금 더 쓸 수 있다는 점이다. 거의 7,000rpm 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연비를 위해 바로바로 고단으로 단수를 바꿔주지만, 2단으로 4,000 rpm 까지 써보고 3단으로 바꿔도 참 재미있다.
그리고, 벨로스터 N 의 진짜 재미는 부스터가 확실하게 터져주는 4,000rpm 부근부터다. 직선주로에서 가속이 되면 정말 재미있게 치고나간다. 확실하게 RPM을 올려야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쫄보라면 이 재미를 느끼기 힘들다.
튜닝할 필요없는 브레이크
솔직히, 벨로스터N 에서 튜닝할 건 거의 없다. 해봤자, 외장 디자인이나 ECU 칩튜닝. 그리고 휠튜닝 정도다. 1P 브레이크라고 해서 얕잡아 봤었는데, 인제서킷에서도 10바퀴를 넘게 돌아도 페이드현상*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답력 또한 뛰어났는데, 1P 이지만, 디스크 사이즈가 더 컸고, 답력이 우수했으며, 패드는 메탈소재의 패드를 사용해 상당히 강력하고 빠른 반응의 브레이킹이 가능하다. 생긴게 멋지지 않아서 그렇지, 성능은 매우 우수하다. 물론, 타이어도 피렐리 P Zero 를 사용하는 만큼 그 효과가 더 좋겠지만, 브레이크와 서스펜션, 배기 등을 튜닝할 이유가 전혀 없다.
*페이드(Fade)현상 : 브레이킹을 할 때에 패드와 디스크의 온도가 상승하고, 이에 따라 마찰계수가 작아져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현상
탄탄한 하체와 핸들링
벨로스터 N 을 보면 A 45 AMG 가 생각나곤 한다. 많은 부분을 벤치마킹한 듯한 느낌이 든다. 하체의 서스펜션과 차량을 연결하는 고무를 전후/상하 방향에 따라 다른 재질을 사용하는 이종재질 부시(DCB : Dual Compound Bush) 와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차를 정말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세팅을 어쩜 이리 절묘하게 잘 해냈는지, 가성비란 말이 딱 맞다. 사실 나날이 발전되는 모습에 딱히 지적할게 없다. 단단해진 섀시와 전자식 서스펜션은 가변식 댐핑값을 보여주어 달릴때는 정말 화끈하게 단단해지고, 노멀 상태에서는 또 편안하다. 물론, 일반적인 승용차에 비하면 훨씬 단단한 세팅이다. 하지만, 이 차는 달리기 위한 차! 단단한게 당연하다.
2.0 T-GDI, 출력이...?
2.0 터보 GDI 의 제원상 출력은 275마력, 36.0kg.m 의 토크를 보인다.(퍼포먼스 패키지 미적용시 250마력) 이미 커뮤니티에서 말 많은 내용이다. 휠마력에서는 240~250마력 부근이 나온다. 누구는 210마력이 나왔다 한다. 고급유와 일반유에 대한 세팅이 다르고, 고급유를 넣고 다이노를 재면 보통 240마력 부근이 나온다고 한다. 휠마력으로 잴 때의 손실을 생각하면 수긍할만한 출력이다. 그런데 그런점을 모두 무시하고, 타보면 재밌다. 200마력까지 다 쓰지 않더라도 말이다.
시승을 하면서 일반유로 다녔다. 일반유라 하더라도 센서에 의해서 알아서 제어를 해주기 때문에 노킹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엄청나게 쏘고 다니지 않는 사람이라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충분히 재밌다.
한편 이런 말도 들었다. 왜 4륜(HTRAC)을 넣지 않았을까? 하는 질문이었는데, 사실 답은 간단하다. HTRAC 은 훌륭하나, 벨로스터N 에 적용시에 차가 무거워지고, 굳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이미 e-LSD 의 적용으로 전륜이지만, 코너에서 마치 사륜같은 움직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벨로스터 N 총평 : ★★★★★
이 차를 3천만원 중반대의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훌륭한 섀시와 서스펜션, 브레이크로 맛볼 수 있는 핸들링 감각. 그리고 2.0리터 T-GDI 로 답답함 없는 가속과 감성을 충족시켜주는 가변배기시스템과 REV 매칭은 제대로 된 펀카를 갖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기에 아쉬움이 없으며, 원래 N 이 추구하고자 했던, 누구나 운전하기 쉬운 고성능차를 완성했다.
이런 차는 역시 젊을 때 타야 제맛이다. 아직 마음이 젊다면 역시 잘 어울릴 수 있다. 폭발적인 가속, 쫄깃한 핸들링, 확실한 브레이킹. 기본을 지킬수록 차의 성능은 더욱 좋다. 그리고, 벨로스터 N은 수동을 좀 타본 사람들 혹은 운전 좀 해본 사람들이 사면 더 좋겠다. 솔직히 초짜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불편하다고 불평할테니 말이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고, 갈비는 뼈다귀에 붙은 고기를 뜯어야 제맛이다. 수동변속기로 조금 불편할 수 있지만, 제대로 재미있는 벨로스터 N! 불편함 속에 큰 재미가 있다. 정말 잘 만든 차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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