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올 뉴 싼타페 시승기(2.5T 2WD) – 속은 것 같은데?
- 자동차 시승기
- 2023. 9. 14. 22:00
“생각보다 좋아”, 대체 어떨거라고 생각한거야?
간단히 현대 ‘디 올 뉴 싼타페’ 를 시승해 봤을 때, 많은 사람들이 한 말들이 “생각보다 좋은데?” 였다. 대체 사람들은 어떤 선입견들을 갖고 있었을까? 크고 무거워진 SUV. 말랑하면서 편하지만, 뒤뚱거려 주행안정성은 떨어진 것 같다는 예상을 했었을까? 디 올 뉴 싼타페는 그런 예상과 달랐다. 시승해보니 정말 적절하게 잘 조율되어 소비자들의 입맛을 적당히 만족시키면서 적당히 상품성을 개선시켰다. 마치 기분 좋게 속은 것처럼 말이다.
낯설고 낯익은 디자인
5세대로 새로워진 ‘디 올 뉴 싼타페’ 는 디자인부터 인상적이다. 솔직히 5세대에 넘어와서 헤리티지를 강조하길래 1세대에서 이어져 온 둥글면서 근육질적인 모습이나, 트렁트 뒷유리가 열리거나 하는 등의 포인트를 가져올 줄 알았지만, 디자인적 공통성은 하나도 없다. 완전히 새로운데 왠지 낯익다. 테라칸이나 갤로퍼를 이어왔다면 인정할 만한 모습의 각진 존재감들이 인상적이다.
헤드라이트는 커다란 ‘H’ DRL 이 마치 한솥도시락을 생각나게 하지만, 금새 익숙해지고 꽤 듬직해보인다. 특히 놀라운 것은 이 각지고 커다란 덩치의 공기저항계수가 0.294cd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낮은 공기저항계수 덕분일까? 실내 정숙성도 노이즈 캔슬링이나 두꺼운 방음이 아니었는데도 준수한 모습이었다.
3세대 플랫폼을 사용하면서도 커다란 모습 때문에 싼타페는 완전히 새로워보인다. 앞모습은 물론, 뒷모습과 옆모습까지 모두 각진 모습에 단단함이 느껴지는데, 말이 많았던 LED 리어콤비램프는 생각보다 금방 적응되었다. 하지만, 왠지 페이스리프트 때는 더 멋져질 것 같긴 하다.
23년 전, 2000 년에 선보인 싼타페는 출시 당시 슬로건이 ‘자연을 넘어 도시로’ 였는데, 5세대에서는 그 반대인 ‘도시에서 자연으로’ 라는 컨셉이 참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그리고, 다시 자연으로 떠나기 위한 편의기능들도 보이긴 한데, 1세대의 헤리티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점은 디자인적으로는 매우 아쉽다. 정신만 닮은게 아니라 어디 닮은 구석이 좀 있어야 정이 더 갈테니 말이다.
실내는 최근의 현대자에서 보던 디자인 그대로다. 쏘나타에서 선보였던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상당한 세련미를 보여주는 동시에, 전체적인 실내 디자인이 하이테크한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소재나 레이아웃 모두 만족스러우며, 무선충전패드를 2개나 적용한 점이나 에르고 모션시트, HUD, BOSE 사운드 시스템, 디지털 센터미러, 양방향 멀티콘솔 등은 더욱 편리하게 해주는데, 무엇보다 공간을 알차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점이 인상적이다.
양방향 멀티콘솔이 특히 그런 부분인데, 이 외에도 2열의 넉넉함과 함께 3열까지 여유롭게 활용이 가능할 정도로 공간은 꽤 넓직하다. 팰리세이드가 아쉽지 않을 정도다. 그런데, 과연 3열까지 사람 태워서 이동할 일이 얼마나 있겠느냐만은, 어쩌다 한번은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 그 어쩌다 한번을 위해 비싼 돈을 내는게 아쉬울 것 같다. 트림과 옵션을 잘 선택하길 바란다. 그런데, 이런 것 외에 싼타페에서 가장 궁금한 것들은 주행성능이다. 승차감은 어떨지, 핸들링 감각은 어떨지 등등 말이다.
어쨌거나 괜찮은 주행성능
시승모델은 2.5 가솔린 터보 엔진에 8단 DCT 를 적용하고 281마력, 43.0kg.m 의 토크를 보이는데, 이정도의 출력이라면 사륜구동을 선택하더라도 딱히 아쉬울 것이 없다. 8단 DCT 는 말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부드러운 체결감이 좋은 편이다. 그리고, 출력적인 부분에서는 초반 가속은 즉각적이지 않고 한박자 늦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세팅이 좋다. 이 차의 큰 목적은 ‘패밀리카’ 다. 스포츠카가 아닌데, 빠르고 예민한 세팅보다 이렇게 여유로운 컨트롤 세팅이 더욱 만족스럽고 편안하게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고속에서는 쭉쭉 치고 나가는 가속력이 만족스러운데, 고속에서 느껴지는 안정감에 “괜찮은데?”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쇽업쇼버 밸브를 업그레이드 하면서 범프 스토퍼를 짧게 해 승차감을 개선시켰다. 처음 싼타페를 타면 “단단한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도로를 나가 다양한 노면을 지나가보면 생각보다 부드러운 모습에 혼란이 살짝 온다. 이건 싼타페에 사용되는 타이어가 ‘피렐리 스콜피온’ 이기 때문인 것 같다. 사이드월이 단단한 스콜피온 타이어 때문에 살짝 단단한 느낌이나 통통 튀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전체적으로는 부드러운 서스펜션과 궁합이 잘 맞아 단단하고 안정감 있는 모습이 연출된다. 이 부분이 속은 것 같은 느낌이다. 나쁘진 않다. 어쨌거나 고객이 원하는 단단한 느낌을 해줬으니깐.
그리고, 기존 현대차의 SUV 와 비교해보면 급격한 핸들링시 뒤가 잘 따라오는 안정감이 느껴지는 것도 만족스럽다. 고속에서도 안정적인 자세제어가 꽤 만족스럽다. 그런데, 1열과 2열의 승차감은 아무래도 1열이 가장 안정적이고, 2열은 휠 바로 위에 시트가 위치해 있다 보니 승차감은 조금 아쉽긴 하다. 2열 시트를 약간 앞쪽으로 당겨서 공간은 살짝 포기하면서 리어 휠과 거리를 좀 두면 승차감이 많이 좋아진다. 그리고, 21인치 휠이 아닌, 19인치 정도만 선택하면 승차감은 더 부드러울 것으로 예상된다.
크고 무거워진 싼타페에 비해 브레이크의 성능은 아쉽다. 물론, SUV 이기 때문에 초반 응답성이 빠른것도 불편하겠지만, 그래도 카니발에 사용되던 2p 정도면 꽤 만족스러울 것 같다. 튜닝을 생각한다면 카니발 2p 를 추천한다. 그게 가격이나 성능이나, 싼타페에 딱 잘 어울린다.
어차피 도시를 떠나 자연으로 가겠다지만, 이 차는 본격적인 오프로드를 위한 차량이 아닌 여전히 도심형 SUV 가 맞다. 이것저것 꾸밀 수 있겠지만, 진짜 오프로보다는 일반 비포장 도로를 지나 차박하기엔 공간이나 성능이 딱 괜찮다.
총평 : ★★★★☆(4.5/5.0)
예전에는 마치 딱히 맛집이 아니라 끼니를 때우기 위한 백반집에 가면 눈에 띄는 메인요리는 없고, 많은 반찬과 후식 무료제공 같은 것들로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 타본 ‘디 올 뉴 싼타페’ 는 메인요리도 생겼고, 적당히 맛과 가격도 괜찮고 여전히 반찬도 많은 백반집 같다. 거기에 후식 커피도 무료로 주고 쿠폰도 찍어주는 그런 백반집. 물론, 개선해야 할 것들은 여전히 있지만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 이뤄졌고, 가격이 올랐어도 다른 브랜드들을 보면 가성비가 괜찮은 것 같다. 다시 보니 선녀같다고 할까. 적당히 고객이 원하는 세팅과 편의성 등 상품성을 잘 갖춰놓았다. 당분간 싼타페의 인기는 계속될 것 같다. 팰리세이드 풀체인지나 카니발 하이브리드가 나오기 전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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